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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바오로&아가다 부부 이야기

그동안 제가 써오는 이야기를 보시면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여학생이 총각선생님을 사모해서 꽈배기처럼 몸을 배배 꼬거나 남학생이 처자선생님한테 얼이 나가서 고추잠자리처럼 주변을 맴도는 일이야 다반사지만, 이팔청춘도 아니고 육팔중년의 제가 버젓이 아내가 있는 분한테 흠모한다는 말을 해도 되는 걸까요?

여기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첫째는, 어렵게 느껴져 쉽사리 다가서지 못했던 윗분을 오늘날 오라버니, 오래비, 오라방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부르는 편한 사이가 된 데는 아가다 언니의 지대한 영향이 있었습니다.

사실, 아무리 ‘존경과 헌정’을 타이틀로 내걸었다지만 몇 달 걸려 수놓은 작품을 남편에게 선물한다는데 그게 100% 반갑기만 한 아내가 어디 있겠어요?

‘흠...요것 봐라...’ 싶을 수도 있잖아요.

솔직히 저 같으면 반반이었을 것 같아요. (10년 후엔 80%쯤 되겠지만...ㅎㅎ)

근데, 아가다 언니는 원체 점잖으시고 이해심이 많으시고 너그러운 분이세요.

감정 줄의 어딘가를 톡하고 건드리면 팩하고 토라지는 예민아씨가 아니십니다.

기본적으로 남편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는 까닭도 있으실 거구요.

아, 물론 신뢰를 주신 분의 혁혁한 공도 무시할 수 없지요.

그리고 둘째는, 제가 오라버니를 오라버니라 부르며 좋아하게 된 데는 두 분이 부부로 살아가시는 모습을 닮고 싶고 부러워한다는 걸 아셔서입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과 남이 만나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해가면서 몇 십 년 해로하는 게 수월하지만은 않잖아요.

겉모양새만 번지르르했지, 사는 속을 들여다보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아웅다웅 하는 부부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습니까?

말로는 자식 위해서라고 하지만, 한 꺼풀 두 꺼풀 벗겨 들어가다 보면 그 안엔 각자의 손익계산서가 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있기도 하고요.

두 분이‘하이퍼 엑스트라 슈퍼 울트라 캡숑’의 연기력을 갖고 계신 게 아니라면 제가 실제로, 글로, 전해 듣는 말로,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고찰한 바로는 정말로 천생연분이세요.

“사랑해”를 입에 달고 살거나 이벤트를 일삼거나 그러시진 않으세요.

하긴 이래봤자 어느 날 도장 꽉 찍어버리면 님이 금방 남되고, 남은 금방 다른 이의 님이 되는 세상이지만요.

여하튼 뭐랄까... 반달에서 지그재그로 나있는 아주 작은 톱니 부분을 다른 반달이 채워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보름달이 되게.

아흐... 없는 솜씨에 간신히 그렸네요. 휴우~~

그러니까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게...

<한글에서 그린 그림이  안 딸려 옵니당.ㅡㅡ;;>

두 분은 동갑네기세요. 그것도 생일이 거의 붙어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라버니는 자신이 6일 오빠라는 걸 늘 강조하십니다. ^^

대학 때 문학동아리에서 만나 사랑을 싹 틔우셨고, 언니가 휴학하면서 가장자리를 곱게 수놓은 손수건을 선물하셨답니다.

그리고 결혼은 무지 빨리 하셨어요.

신부 나이 스물 셋은 70년대에는 적령기였지만, 신랑 나이 스물 셋은... 좀 표가 나죠?

얼마나 급했기에...ㅋㅋ

그래서 더러 속도위반 오해도 받으신대요.

아버지 나이- 큰 아들 나이= 스물 넷?

오라버니 말씀으로는 나랑 결혼 안 해주면 쥐약 시식을 하겠다고 언니가 그러셨다는데, 보나마나 군대 간 사이에 고운 새악시 누가 채갈까 봐 감언이설로 꾀셨을 거예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신 분이고, 감성 충만한 나이셨으니 어떤 연애편지로 구애하셨을지 안 봐도 비디오에요.

두 분의 결혼식은 그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인데 이건 블로그에 가셔서 따로 보세요.

http://blog.naver.com/ljg51/40124589266

결혼 후 언니가 입덧을 하실 무렵에 오라버니가 군대를 가셨기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기차역 이별 장면이 있었구요. http://blog.naver.com/ljg51/40125331556

그리하여 큰 아드님은 언니 혼자 출산하셨어요.

둘째 아드님은 언제 낳으셨더라? 기억이 잘 안나요...ㅎㅎ

신혼 초, 절절한 그리움의 시간이 강한 백신이 되었는지, 아니면 원래 하늘이 그리 맺어주셨는지 두 분의 사랑은 결속력이 참 강하세요.

서로가 서로의 삶을 존중한다는 느낌도 많이 받구요.

오라버니가 직장에서 신임을 얻고 일에 전념할 수 있게 언니는 내조를 아끼지 않으셨고, 언니 혼자 외기러기로 성당 다니시게 한 게 미안해서 오라버니도 뒤늦게 세례를 받으시고 신앙생활도 함께 하세요.

언니도 교직에 오래 계셨는데, 자식에게도 헌신적이십니다.

아...한참 쓰다 보니 제가 무슨 자서전 대필가 같네요.

빳빳한 신권이 가득한 사과상자 하나쯤 선불로 챙긴.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 *^^*

1973년 팔당에서 찍으셨답니다.
붙어도 붙어도 너무 붙지 않았습니까?
경찰은 저런 사람들이나 잡아가지, 왜 미니와 장발 가지고 난리를 쳤을까요? ^^ 
언니 왼 손에 포도가 들려져 있는 걸로 미루어 보아 분명 오른 손으로 입에 넣어주고 그러셨을 듯.
아~~ 손발이 오글오글~~ ㅋㅋ
 

 
<공수부대 출신이십니다. 자칭 원조 현빈이라 우기시는...^^> 
 

 
  
세월의 강을 건너온 두 분의 모습입니다.
젊어서나 안 젊어서나 껴안는 건 무지 좋아하시네요.
회갑 맞으신 기념으로 오라버니가 장미를 선물하셨대요.
'백만 송이 장미' 에서 어순만 살짝 바꿔 '장미 백 송이만' 으로...*^^*